종일 심술을 부리던 하늘이 조용해진 지난달 28일 밤, 강원도 원주시 한국관광공사 5층 옥상에 조명이 꺼지자 영사기가 돌아간다. 가루비를 뚫은 온갖 빛은 애드벌룬 스크린에 닿아 영화가 된다. 2026 원주옥상영화제 이틀째 날, 우비를 입은 관객들은 옥상단편선 첫번째 영화 ‘이상현상’에 빠진다. 캠핑 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영화를 즐긴다. 뒷자리에서 친구들과 둥그렇게 둘러앉아 수다를 떨며 보기도 하고, 아기와 함께 온 엄마는 유아차를 앞뒤로 밀며 영화를 보고, 한 관객은 의자를 앞뒤로 놓고 다리를 뻗었다. 영화관 한쪽에선 원주상인회와 상생마켓에서 파는 찐 옥수수의 냄새가 관객석으로 퍼진다.
2026 원주옥상영화제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 동안 강원단편선·옥상단편선·옥상장편선 등 20여편의 독립·예술영화를 비롯해, 감독과 관객이 작품의 제작 과정과 영화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 지역 인디 가수들의 공연 등을 선보였다. 원주옥상영화제는 원주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없어 멀리 영화를 보러 다녀야 했던 청년들이 모여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원 없이 보자’는 취지로 2017년 시작했다. 특정 주제에 국한된 영화제가 아니라 새로운 관객을 유입하고자 ‘옥상’이라는 특별한 공간적 경험을 내세웠고, ‘옥상’은 가로등이나 간판 불빛의 방해를 받지 않아 야외 상영에 유리했으며, 첫 영화제가 열렸던 미로예술시장 건물 옥상은 원도심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났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 없이 집행위원회의 노력과 지역 단체, 상인회 등의 도움으로 10년을 맞은 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관람객 2천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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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환경에서도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효정 집행위원은 “시민이 직접 만드는 지역영화제는 결국 살고 싶은 도시를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일이기에 준비 과정이 고되지만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세번째 참가라는 장유진씨는 강원단편선을 보기 위해 삼척에서 왔다. 자신이 나고 자란 강원도에서 어떤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장씨는 이번 영화제에 대해 “‘이제 자리 잡았구나’란 생각이 들고, 인지도가 빛을 발한 거 같아요”라며 내년 영화제를 향한 기대를 내비쳤다. 여름의 끝, 강원도 원주에는 ‘달의 극장’이 열린다.
2026년 9월7일치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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